에르메스백 50개 수송작전..남편 몰락 부른 '사치퀸'

중앙일보 0 173 2018.05.15 20:45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는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 애호가였다. 그가 행사장에 색깔별로 다른 버킨백을 들고나온 모습을 편집한 말레이시아의 고발 블로그.

지난 4월28일 선거 등록에 나선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와 그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9일 치러진 총선에서 패배한 나집 전 총리는 당국으로부터 출국 금지 조치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최근 총리실 소속 차량이 50개의 수상쩍은 박스를 싣고 나집 라작 전 총리의 거처로 향했다.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박스마다 개당 5만 달러(약 5400만원)에 이르는 에르메스 버킨백이 들어있었다. 로스마 여사가 선물로 받은 고급 가방을 몰래 빼돌리려 한 걸로 보인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 청년지부가 발표한 성명 내용이다. PPBM은 이 같은 ‘버킨백 수송작전’을 담은 동영상을 확보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촉구했다. 같은 날 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은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를 타려던 나집 전 총리(65)와 그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67) 여사를 출국금지했다. 2009년부터 9년간 말레이시아 총리로 재임하며 권력을 휘둘러온 나집 부부는 이제 경찰의 수사 칼날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쇼핑의 퍼스트레이디’-. 호주의 한 패션 칼럼니스트가 로스마 여사에게 붙인 별명이다. 나집 전 총리의 두 번째 부인인 로스마는 평소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와 에르메스 버킨백을 수집하듯 사모은 것으로 유명하다. 남편의 연봉 10만 달러(약 1억원) 외엔 알려진 소득원이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서도 행사장마다 색깔이 다른 버킨백에 고액 시계를 차고 나왔다.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는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 애호가였다. 그가 행사장에 색깔별로 다른 버킨백을 들고나온 모습을 편집한 말레이시아의 고발 블로그.
로스마는 2014년엔 나집 전 총리와 함께 미국 하와이 샤넬 매장에서 13만625달러(약 1억4000만원)를 쓰고 이탈리아 휴양지의 보석상에서 75만 유로(약 9억6000만원)를 결제해 구설에 올랐다. 또 2008∼2015년 뉴욕 삭스피프스애비뉴와 런던 해로즈 등 유명 백화점에서 600만 달러(64억원)가 넘는 보석류와 명품을 구매했다는 보도(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나왔다.

짐바브웨의 축출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부인 '구찌 그레이스'나 구두광으로 유명했던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마르코스 전 대통령 부인) 못지 않은 사치스러운 소비 행각이다. 하지만 로스마는 “내 돈으로 보석과 옷을 사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항변했고 돈의 출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저축한 돈을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6대 총리 나집 라작의 두번째 부인 로스마 만소르. 국민 돈을 쌈짓돈으로 여기는 사치 행각으로 남편의 몰락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계와 언론은 이 돈이 2015년 수면 위로 불거진 ‘1MDB 비자금’의 일부로 의심한다. 국영 기업인 1MDB의 돈 7억 달러가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로 들어갔다는 1MDB 스캔들은 나집 전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결정적인 계기로 평가받는다. 나집이 빼돌린 국고 규모가 최대 60억 달러(약 6조4000억원)라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지난 10일엔 나집 전 총리의 의붓딸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로스마 여사가 1MDB 스캔들의 몸통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로스마가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 아즈린 아흐맛(41)은 친모인 로스마가 해외계좌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금고에 보석과 귀금속, 현금을 쌓아왔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 가족은 국민의 돈 수십억 달러를 훔쳐 쌈짓돈 취급을 했을 뿐 아니라 뇌물, 갈취, 침묵, 불구 만들기, 살해 등에 썼다"면서 나집 전 총리는 나중에야 1MDB 사건의 실체를 알았지만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기엔 너무 겁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9일 치러진 총선을 통해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맛(93) 총리는 철저한 수사와 법의 심판을 강조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14일 나집 전 총리의 스캔들 연루 의혹을 은폐한 정황이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검찰총장을 업무 배제 조치하고 강제 휴가를 명령했다. 경찰이 나집 부부가 머물던 고급 아파트를 압수수색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한편 AP통신 등은 오는 16일 열리는 왕실 사면위원회를 통해 안와르 이브라힘(70) 전 부총리가 즉시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마하티르 총리는 술탄 무하마드 5세 말레이시아 국왕이 동성애 혐의로 수감 중인 안와르 전 부총리를 즉각 사면할 뜻을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1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나집 라작 전 총리 자택 인근에서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전날 나집 전 총리와 그의 부인 로스마 여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EPA=연합뉴스]

2015년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안와르는 애초 6월8일 출소할 예정이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은 안와르가 사면·복권되더라도 보궐선거 등을 통해 하원의원직에 진출하기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선거운동 기간 안와르에 총리직 이양을 공언했던 마하티르 총리는 15일 “나의 재임은 기껏해야 1~2년이 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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