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 열기'서 '스마트폰 먹튀'로..택시 무임승차 백태

중앙일보 0 50 05.15 20:45
서울의 한 택시가 정차돼 있는 모습. [중앙포토]
41년차 택시기사 정모(65)씨는 최근 겪은 일을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은행 계좌로 요금 1만원을 부쳤다며 승객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가짜여서다. 목적지에 다다른 승객은 “카드·현금이 모두 없다. 스마트폰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곧바로 돈을 부쳐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은행명까지 적힌 송금 메시지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통장에 들어온 돈은 없었다. 전화·카카오톡도 해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씨는 “승강이 하기보단 다른 손님 태우기 바쁘다. 평소 스마트뱅킹(스마트폰을 이용한 은행업무)도 하지 않아 바로 확인을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기사를 현혹한 후 돈을 보내지 않는 ‘요금 먹튀 사건’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 이용에 서툰 노년층 기사를 겨냥한 경우다. 스마트폰이 전화·메신저 등 연락 방법이 많고 송금이 쉽다는 점을 이용해 기사에게 신뢰를 쌓은 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임승차는 1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고의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도로에 택시들이 일렬로 정차해 있는 모습. [중앙포토]
15년차 택시기사 최모(51)씨는 카카오톡 대화까지 나눈 승객에게 요금 16만5000원을 받지 못했다.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태운 손님은 자신을 ‘프리랜서 카메라 감독’이라고 소개하며 “평창패럴림픽 주경기장”에 가자고 했다. 도착 후 승객은 “계좌로 돈을 부쳐주겠다”고 했다. 먼저 카카오톡으로 ‘잘 돌아가셨냐’며 인사도 해 대화도 오갔다.

최씨는 “스마트폰 은행 앱으로 금방 돈을 부쳐준다고 했고 카톡으로 먼저 얘기까지 하는데 어떻게 안 믿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승객은 두 달째 연락이 안 됐다.

지난 3일 부산 사하구에서는 여중생 두 명이 교통카드 결제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을 마치 있는 것처럼 속여 요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었다. 기사 결제에 어려움을 겪으면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며 단말기에 다가가 ‘수기 결제’ 버튼을 두 번 눌러 영수증을 두 장 출력하는 식이다. 이중 지불된 것처럼 꾸며 돈을 받아낸 거다.

‘뒷문열기’나 ‘가방 기만’ 같은 기존 수법들도 여전하다. 뒷문 열기는 차량 뒷좌석에 탄 승객이 문을 연 채 도주하는 수법을 말한다. 한 택시기사는 “몇 달 전 늦은 밤 남성 두 명을 주택가 근처에 내려준 적이 있는데, 말도 없이 으슥한 골목길로 사라지더라.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쫓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65)씨는 “대형 캐리어를 트렁크에 실어놓고서는 잠시 집에서 돈을 가져오겠다고 해놓고선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캐리어를 열어보니 휴지 뭉치만 가득했다”고 말했다.

무임승차뿐 아니라 기사들이 겪는 고충은 다양했다. 택시기사 전모(44)씨는 “‘현금이 없으니 카드깡을 해달라’거나 ‘왕복 요금을 줄테니 대리기사를 좀 해달라’는 승객들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허정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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