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 검찰에 '3대 폭풍' 몰려온다

세계일보 0 145 06.12 20:45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검찰조직을 뒤흔들 3대 폭풍이 몰려온다. 먼저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검찰이 잘못 처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을 대상으로 한 검찰 과거사 재조사가 본궤도에 오른다. 곧 단행될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는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고위 간부들이 ‘타깃’이다. 여기에 검찰의 힘을 빼는 게 목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도 본격화한다.

◆‘나는 네가 지난 정권 때 한 일을 알고 있다’… 검찰 과거사 재조사

법무부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검찰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차원에서 꾸린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의 활동이 6·13 지방선거 후 본궤도에 오른다. 2009년 발생 당시 ‘과잉진압’ 논란이 거셌던 용산참사의 수사·기소 경위를 9년 만에 재조사하는 것을 필두로 △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사건(2008) △MBC PD수첩 사건(2008)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사건(2010)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사건(2013)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2012) 등이 줄줄이 재검증을 받는다.


문재인정부 핵심층은 이 사건들이 검찰에 의해 왜곡됐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검찰이 정권 실세나 자기네 식구를 감싸기 위해 정작 해야 할 수사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야권이나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상대로 부당한 수사를 벌이는 등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한 관계자는 “독재정권 때는 물론 민주화 후에도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온 검찰의 ‘흑역사’를 국민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과거사 조사는 당시 수사를 지시한 윗선 등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사위가 선정한 재조사 대상에는 △김근태 전 의원 고문 은폐사건(1985) △형제복지원 사건(1986)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1987)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사건(1991) 등 공소시효가 이미 끝난 사안도 많다. 재조사를 통해 새로운 범죄사실이 드러나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뜻이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제는 그만 역사의 평가에 맡겨도 될 옛날 일을 괜히 다시 끄집어내 과거 검찰을 이끌었던 분들을 망신주고 검찰조직에 흠집을 내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와 코드 맞출 수 없으면 나가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이르면 15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된다. 검찰 내 TK(대구·경북지역) 인맥의 핵심으로 통하는 김강욱(60·사법연수원 19기) 대전고검장은 문재인정부로부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12일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상대적으로 인사상 혜택을 받은 고위직을 내치고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검사들을 대거 발탁하리란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검찰조직은 사법연수원 18기인 문무일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이날 사의를 밝힌 김 고검장과 봉욱 대검찰청 차장, 조은석 서울고검장, 황철규 대구고검장(이상 19기), 박정식 부산고검장, 김호철 광주고검장, 김오수 법무연수원장, 이금로 법무부 차관(이상 20기)이 지휘부를 형성하고 있다. 문 총장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검찰 출신 안창호 헌법재판관의 후임자가 정해지려면 아직 2개월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 현재로선 대폭의 인사 요인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검장 중 추가로 사표를 내는 이가 생기고 고검장 진급이 가로막힌 19∼20기 ‘고참’ 검사장 일부도 용퇴 의사를 밝히면 이번 인사는 검사장 2∼3명이 고검장으로 올라서고 검사장 승진자도 10명이 넘는 등 상당히 큰 폭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신규 고검장은 연수원 20∼21기, 검사장 승진자는 24∼25기에서 각각 배출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현 정부 들어 검찰개혁 일환으로 검사장 직급 폐지를 결정한 만큼 고검장이나 검사장 승진 인사에 예전 같은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법무부는 “고검장·검사장에 대한 관용차량 제공 등 차관급 예우를 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의 힘을 키워 검찰권 행사를 견제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는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이르면 다음 주 초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행정안전부는 3자회동을 통해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 지휘’를 폐지하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지금의 ‘상하관계’가 아닌 ‘상호 대등한 협력관계’로 변경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최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안은 또 피의자에 대한 인권 침해 발생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도 부패범죄와 경제·금융범죄, 선거범죄 등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문 검찰총장은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이 제외됐다”고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이른바 ‘검찰 패싱’, 또는 ‘문무일 패싱’ 주장이다. 조 민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의 반발과 불만을 의식해 수사권 조정에 관한 검찰 의견을 전달받아 검토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개혁 대상인 검찰이 개혁안을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정서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하면 검찰의 반격은 언제든 수면 위로 재부상할 수 있다. 전날 법무부에 사표를 낸 김 대전고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정부안이 곧 발표된다고 하는데 검찰 구성원들에게 그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문재인정부의 검찰 패싱을 꼬집었다. 이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근시안적이고 감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형사사법체계가 어떤가를 논리와 이성에 터 잡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되기를 소망한다”고 적었다. ‘정파적 이해관계’, ‘근시안적이고 감성적인 판단’ 등 표현은 문재인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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