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자는 김정은 .. 미국이 북한에 또다시 속았다"

중앙일보 0 154 06.12 20:4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문서에 서명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센토사 북·미 정상회담 성과물에 대한 워싱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평가는 향후 협상 동력 마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했다”고 주장해도 워싱턴의 정책방향, 여론조성에 큰 영향력을 지닌 싱크탱크의 동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제대로 협상이 굴러가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회담 결과가 나온 직후 북·미 관계 전문가 8명에게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회담 결과 기대 미흡”이 대세= 0~10점 중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크게 실망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8명 중 3명이 3점을 줬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연구원은 “이번 공동성명은 모호할뿐더러 기초적인 내용에 불과했다. 두 정상이 이룬 것은 굳이 공동 성명이 없어도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3점을 매긴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은 “미국이 또다시 북한에 속았다”고 혹평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정은은 실체 있는 양보를 하지 않고도 잠정적 혜택(한·미 합동훈련 중지, 주한미군 철수, 트럼프와의 2차 정상회담)을 얻어냈다”고 진단하며 3점을 매겼다. 비록 정확한 점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평가도 싸늘했다. 빅터 차는 “(북·미 협상의) 대차대조표상 김정은은 트럼프에 비해 많은 것을 얻었다. 그는 이제 핵무기를 갖춘 국가 지도자로서 자유 세상의 청중을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는 “(이번 회담이) 그동안 치켜세워진 점을 감안하면 (결과가)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7점을 준 전문가는 2명으로 “이번 회담에선 구체적 결과가 나오는 게 비현실적이었다”(칼라 프리먼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외교정책분석연구소 이사), “(두 정상이) 원칙과 목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선언을 했다”(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 소장)는 반응을 보였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두 오랜 적대국이 역사상 최초의 외교적 접근을 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며 유일하게 10점 만점을 부여했다. 점수를 매기지 않은 두 명을 빼면 10점 만점 중 평균 5.5점의 평가를 받은 셈이다.

미국 국제관계 전문가 8명의 평가
◆뭐가 실망스러웠나=암스트롱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의 중지는 북한이 꽤 오랫동안 요구한 것으로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양보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며 “북한 핵 프로그램 해체를 위한 과정의 언급이 없었던 점, 그리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단계 혹은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도 실망스러웠다”며 “(두 정상의) 공동성명은 판문점 선언에 비해 디테일과 구체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10점 만점을 줬던 크로닌 소장도 “김정은이 그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해체에 대해 좀 더 단호한 확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공동성명에서 나타난 네 가지 주요 내용은 북한의 기존 문서에도 있던 내용”이라며 “특히 (공동성명에 쓰인) 비핵화 약속은 기존 6자회담을 희석시킨 데 불과할뿐더러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북한 인권 언급은 쏙 빠져 있다”고 말했다.

빅터 차 석좌 역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변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모든 핵 무기의 포기’를 선언했던 2005년 혹은 1992년의 비핵화 합의까지 가지도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은 놀라웠다. 이것이 한국 혹은 일본과 조율된 답변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의 위너(승자)는 김정은”=응답자들은 이번 회담의 승자로 김 위원장을 꼽았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슬프게도 이번 회담의 승자는 북한”이라며 “미국은 양보만 했고,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포기를 구체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스나이더 연구원 역시 승자로 김 위원장을 꼽았다.

정 박 석좌는 “승자는 김정은, 문재인 한국 정부, 중국”이라고 꼽았다. 그는 “김정은은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아도 됐고, 북한에의 관여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있게 됐고, 중국은 그들이 신경 쓰던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될 수 있는 결실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크로닌 소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프리먼 이사는 “김정은이 대승(a huge win)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핵무기를 갖고도 전임 북한 지도자들이 얻지 못한 것들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암스트롱 소장은 “김 위원장이 승자였다”며 “김 위원장은 외교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으로 인정받았으며 아무런 양보 없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조진형 기자 luckyman@joongang.co.kr

■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특별취재팀

「 김현기·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예영준·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정용수·이철재·전수진·유지혜·박유미·윤성민 기자, 강민석 논설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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