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지지층 모두 잃은 한국당, 위기는 이제시작

머니투데이 0 20 06.13 20:45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6ㆍ13 지방선거 투표가 종료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2018.6.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에서 참패의 성적표를 안았다. 대구와 경북, 김천 재보궐을 지키며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부울경 라인을 통째로 내주며 지지 기반이 송두리채 흔들렸다. 가장 중요한 서울과 경기에서도 한국당 후보들은 민주당 후보에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후보와 캠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중앙당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당 대표가 지원유세를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우스개는 농담으로 소비하기엔 너무 뼈아픈 현실이었다. 좌충우돌 하는 사이에 영남 부동층이 대거 민주당쪽에 표를 던졌다. 수도권에선 탄핵국면 이후 돌아선 청장년층의 마음을 전혀 되돌리지 못했다. 각 캠프는 막판까지 맨발로 뛰었지만 대세를 뒤집기는 어려웠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역대 어느 선거를 봐도 완전히 수평적 정치지형이 구현된 적은 없다. 상황에 맞는 선거전략을 채택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여당 후보들에게도 약점이 적잖았지만 한국당의 네거티브 싸움은 철저하게 캠프에 국한됐다. 페이스북 글 몇줄로 힘이 실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 차원에서 무게를 더해준 싸움은 사실상 없었다.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참패는 그간 가까스로 대열을 유지해 온 한국당에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홍준표 대표는 14일 오후 거취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날 예고에 따르면 대표직 사퇴가 유력하다. 하지만 홍 대표의 사퇴는 조기전당대회 출마를 통해 당권에 재도전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복수 중진들이 자천타천으로 전대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리더십과 지지기반이 모두 무너진 상태에서 격렬한 당권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홍 대표의 의중을 아는 당내 일각이 반정을 시도했다. 홍준표 체제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작부터 대오가 무너지며 혼란만 더했다.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마자 현역 의원들의 명단을 포함한 성명을 냈지만 이름이 오른 중진들이 줄줄이 참여 사실을 부인했다. 당의 어두운 앞날을 예고하는 한 편의 시트콤이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먼저 대표직을 던졌다. 보수진영 전체가 격렬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는 상황에서 리더십이 서지 않은 한국당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중도의 이탈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서 김문수 후보가 얻은 표(23.3%)는 홍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얻은 24%와 비슷했지만 분명 줄었다. 영남 부동층은 이미 등을 돌렸다. 보수 지지자의 추가적 이탈을 점치는 목소리도 높다.

한 한국당 중진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어렵고 답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역설적이지만 기회는 패배에서 찾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거르고 총선을 본다는 식의 시선이나 빅브라더에 집착하는 사고를 버리고 통 큰 보수대통합 담론을 던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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