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대 경찰청장 21명의 민낯 해부

시사저널 0 212 07.10 20:45

경찰이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검경 수사권 정부 조정 합의안이 발표되고 국회 논의를 앞둔 상황에서 총수가 바뀌게 됐다. 20대 이철성 경찰청장(60·간부후보 37기)은 6월29일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임에 대표적 기획통인 민갑룡 경찰청 차장(54·경찰대 4기)을 지명했다. 경찰 현안인 수사구조 개혁과 경찰 개혁에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민 청장 지명자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등을 지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21대 경찰청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하지만 취임과 동시에 산적한 현안과 마주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수사구조 개혁과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눈앞에 놓여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경찰청장으로서의 역량을 어떻게 발휘할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 지명자는 수사국장과 정보국장 등 수사와 정보 부서의 수장을 거치지 않았다. 여기에 지방청장 경험도 없어 ‘지휘력’과 ‘조직 장악력’은 미지수다. 반면 온화한 성품과 남다른 포용력은 최대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청장에 지명되자마자 권위적 조직문화의 상징으로 지적돼 온 경찰청 구내식당의 ‘고위직 전용공간’을 없앴다. 경찰조직 내 권위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조치다. 경찰 내·외부에서는 ‘민갑룡 청장 시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5월14일 ‘고 안병하 치안감, 5·18순직경찰관 추모제’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 차장(청장 내정자) ⓒ정락인 제공



임기 채운 경찰청장 3명에 그쳐

8·15 광복 후 초대 경무부장부터 현 민갑룡 청장 지명자까지 경찰을 이끈 최고 책임자는 65명이다. 1991년부터 시작된 경찰청 체제에서는 초대 김원환 청장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1명의 청장(민 지명자 포함)이 거쳐 갔다. 초대 김원환 청장과 4대 김화남 청장은 각각 2004년 8월과 2016년 3월 별세했다. 나머지는 생존해 있다.  

1대부터 20대까지 경찰청장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경찰청장의 경우 2003년부터 2년 임기가 법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임기를 채운 청장은 3명에 불과하다. 13대 이택순 청장과 19대 강신명 청장, 20대 이철성 청장뿐이다. 이 청장은 최초로 정년퇴임한 경찰청장으로 기록됐다. 

역대 경찰청장 21명(민갑룡 내정자 포함). 빨간 테두리 사진은 임기를 채운 경찰청장 3명(2번째줄 13대 이택순 전 청장, 3번째줄 왼쪽 19대 강신명 전 청장, 오른쪽 20대 이철성 전 청장)



이명박 정부의 경우 5년 임기 동안 4명의 청장이 거쳐 갔지만 임기를 채운 수장은 한 명도 없었다. 경찰청장 자리가 얼마나 ‘바람 잘 날 없는 자리’인지 알 수 있다. 

역대 청장들은 퇴임 후 자신의 정치력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공기업 사장, 기업 고문, 정부기관 수장, 국회의원 등으로 행보를 달리했다. 그렇지만 화려한 뒤안길은 없었다. 역대 검찰총장 상당수가 법무부 장관으로 수직 상승한 것에 비해 경찰청장은 단 한 명도 장관으로 올라간 적이 없다.

오히려 불운을 겪은 청장이 많았다. 퇴임 후 검찰청사를 드나든 사람이 적지 않았다. 역대 청장 20명 중 절반에 가까운 9명이 개인 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중 6명이 구속된 전력이 있다. 

2대 이인섭 청장은 슬롯머신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1993년 구속됐다. 5대 박일룡 청장은 부산지방경찰청장이던 1992년 일명 ‘초원복국집 사건’에 연루돼 1998년 구속됐다. 12대 허준영 청장은 퇴임 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으로 근무하던 때인 2011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관련해 측근으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15대 강희락 청장은 2012년 ‘함바 비리’ 브로커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최장 수감생활을 했다. 16대 조현오 청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2013년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돼 8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이택순 청장도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청장 재직 시절 2만 달러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았다. 



퇴임 후 정치력 따라 명암 엇갈려 

정치권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 지금까지 정치권에 입문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 청장 출신은 단 2명뿐이다. 4대 김화남 청장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배지를 단 지 4개월여 만에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돼 의원직을 잃었다. 

9대 이무영 청장도 제18대 총선에서 무소속(전주 완산 갑)으로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7개월 배지’ 신세가 됐다. 12대 허준영 청장도 정치권 문을 두드렸다. 허 전 청장은 퇴임 후 코레일 사장에 임명됐으나,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노원 병에 출마했으나 쓴잔을 마셨다. 이듬해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재보선에 다시 출마했다가 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1대 최기문 청장은 역대 청장 중 유일하게 기업에 몸담았다. 그는 2005년 한화그룹 비상임 고문으로 영입됐다. 하지만 2010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에 연루돼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 전 청장도 끊임없이 정치권 진출을 모색했다. 18대 총선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공천에서 탈락했고, 19대 때는 경북 영천에서 무소속으로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경북 영천시장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로써 경찰청장에서 물러난 지 15년 만에 행정가로 변신하게 됐다. 
16대 조현오 청장은 청장 재직 때부터 정치권 진출설이 나돌았고, 퇴임 후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회고록 출판기념회까지 열었지만, 사자명예훼손에 발목이 잡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퇴임 후 다른 정부기관에 발탁된 사람은 3명이다. 5대 박일룡 청장은 안기부 제1차장으로 들어갔다. 7대 김세옥 청장과 14대 어청수 청장은 퇴임 후 행보가 비슷하다. 김 전 청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거쳐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냈다. 어 전 청장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낸 후 청와대 경호처장에 발탁됐다.

이 밖에 1대 고 김원환 청장은 신용관리기금 이사장을 거쳐 2002년 4월부터 대한민국 재향경우회 제16대 회장을 맡았다. 3대 김효은 청장은 사회복지법인 청지기재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6대 황용하 청장은 한국전력공사 감사를 지냈다. 8대 김광식 청장은 제3대 경북도립대 학장을 역임했다. 

출신 지역 영남이 압도적

경찰청장의 출신 지역은 대통령의 출신 지역과 맞물렸다. 영남 출신들이 압도적이다. 21명 중 절반이 넘는 12명이 영남 출신들로 채워졌다. 호남이 3명, 충청·서울이 각각 2명이었고, 경기와 평북이 각각 1명이었다. 반면, 강원과 제주는 경찰청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영남 지역 중에서도 경북이 6명으로 압도적이었다. 

고등학교별로는 경북사대부고가 유일하게 2명의 경찰 총수를 배출했다. 11대 최기문 청장과 14대 어청수 청장이 이 학교 출신이다. 검정고시 출신도 2명(김기용·이철성)이다. 

지금까지 경찰청장을 배출한 대학은 모두 13곳이며, 고려대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와 동국대가 3명씩이다. 경찰대 출신은 19대(강신명)에서 처음 나왔다. 1기를 건너뛰고 2기에서 나왔다. 4기인 민갑룡 차장이 청장에 임명되면 두 번째 경찰대 출신 청장이 배출된다. 

입직 경로는 고시 출신과 간부후보생 출신들이 대세였다. 각각 9명씩으로 전체 18명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경찰대 출신 2명, 일반(학사 경사) 출신 1명이다. 고시 출신만 보면 행정고시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외무고시 2명, 사법시험 1명이었다. 

입지전적인 사례도 있다. 초대 김원환 청장은 1960년 학사 경사 1기로 경찰에 첫발을 내디뎌 경찰 총수까지 올랐다. 10대 이팔호 청장과 20대 이철성 청장은 순경으로 입직해 경찰간부 후보생으로 재입직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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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영 "검찰에 특수수사 주면 불행한 일 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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