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 가족여행이 악몽으로.. 네 살배기 딸 잃은 아빠의 호소

국민일보 0 14 10.10 20:45

지난달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온 김모씨(44)는 여행 둘째 날 눈앞에서 네 살배기 막내딸을 잃었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5박 6일 일정으로 예정된 여행은 병원과 경찰서, 장례식장으로 이어졌다. 기대에 부풀었던 가족여행은 비극이 됐다.

사건은 지난 9월 4일 오후 2시24분쯤 제주 한림읍에 있는 목장에서 발생했다. 목장을 둘러본 김씨 가족은 다음 명소를 찾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김씨는 막내딸과 함께 주차된 차량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때 흰색 렌터카가 옆에서 막내딸을 덮쳤다. 김씨는 차량 창문을 두드리며 멈추라고 소리쳤지만 운전자 A씨(25·여)는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고, 쓰러진 아이를 깔고 지나친 뒤 멈춰 섰다. 김씨가 차량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서 아이를 구해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딸아이 살릴 기회 있었는데… 가해자, 검찰에 송치되자 문자로 사과”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사무실에 만난 김씨는 딸아이를 살릴 기회가 세 차례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 A씨가 전방 주시만 잘 했어도 참극은 벌어지지 않았다”면서 “차량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을 때 차를 세웠더라면 딸아이가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가슴을 쳤다.

가해자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 김씨는 “지난 9월 30일이 죽은 딸아이의 세 돌이었다”며 “키가 90cm에 가까운 아이를 못 봤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아이를 떠나보낸 지 한 달이 넘게 흘렀지만 가해자 A씨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사고 당일 경찰서에서 김씨 아내가 먼저 다가가 A씨에게 사고 경위를 따져 묻자 ‘미안하다’고 짤막하게 답한 게 전부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일 가해자 A씨가 검찰 송치를 앞두게 되자 자신의 변호인를 통해 합의를 요청해왔다”면서 “‘진실성이 없다’고 합의를 거부했더니 4일 밤 A씨가 ‘죄송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엎드려 절 받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4일 제주시 한림읍 한 목장에서 발생한 2세 여아 사망사고 직전 모습. 흰색 경차(붉은색 선 원안)가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CCTV영상 캡처

◇CCTV 영상에 담긴 사고 순간… “아이 방치한 나쁜 부모 돼 버렸다”

김씨는 일부 언론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5일 ‘숨진 아이가 부모와 5m 가량 떨어져 있었다’는 잘못된 내용의 기사가 보도돼 아이를 죽게 방치한 부모가 돼 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목장 카페 CCTV에 찍힌 사고 당시 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숨진 아이는 김씨와 함께 주차된 차량 한가운데 난 길을 지나고 있었다. 두 사람 간의 거리는 보도와 달리 무척 가까웠다. 뒤이어 주차된 흰색 차량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우회전하듯이 빠져나오면서 아이를 덮쳤다. 놀란 김씨가 막아 세웠지만 차량은 쓰러진 아이를 그대로 타고 넘어선 뒤에야 멈춰 섰다.

김씨는 이 CCTV영상을 아내에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딸을 잃고 눈물로 지새우는 아내가 더 큰 충격에 빠져 앓고 있는 우울증이 악화될까 우려해서다.

◇“사망 사고 줄이려면 엄격하게 사고 책임 물어야”

김씨는 가해자 A씨의 전방 주시 태만과 운전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들었다. 제주에서 빈번한 렌터카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 소지자면 누구에게나 빌려주는 현행 대여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 아이는 세상 무엇으로도 되살릴 수 없는데, 가해자가 받는 처벌은 금고형이나 집행유예 정도니 죄책감이 없는 것 같다”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처벌 기준을 강화해 보다 엄격하게 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사고 발생 한 달 만인 이달 초 11대 중대 항목 위반 혐의로 가해자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행 교특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 중과실치사상)의 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정지용 기자 이슬비 인턴기자 jyjeong@kmib.co.kr

Comment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485 사회 [그것을 알려주마] "전세 계약 만료 전 이사, 복비는 누가 내야하죠?" 파이낸셜뉴스 10.19 5
12484 사회 '30만원짜리' 개, 병원비 아까워 안락사 한다고요? 한겨레 10.19 6
12483 사회 "매년 2000개를 먹었다고?"..'플라스틱 소금'에 먹거리 공포 확산 아시아경제 10.19 6
12482 사회 원장이 어린이집 관리 않거나, 교사 자주 그만두면 "아동학대 의심을" 한국일보 10.19 6
12481 사회 "월세 밀리면 문잠궈"..집없이 떠도는 사람들 연합뉴스TV 10.19 6
12480 사회 "日정부, 징용소송 패소시 법적대응..주한대사 일시귀국도 부상" 연합뉴스 10.19 5
12479 사회 [여기에 과학] 30대 여성 난소에서 물혹이 많이 생기는 이유 동아사이언스 10.19 5
12478 사회 세월호 선체 최초 언론 공개, 5가지 의혹이 남았다 미디어오늘 10.19 4
12477 사회 사우디 정부, 카슈끄지 살해 연루 자국인 18명 체포 공식 발표 뉴시스 10.19 4
12476 사회 "다이어트 음료 마셨더니 배가 아파요" 글 올렸다가.. 머니투데이 10.19 5
12475 사회 유명 키즈카페 '구더기떼 케첩'..신고에 모두 '나 몰라라' SBS 10.18 10
12474 사회 [단독] 대형 유치원 운영 원장 일가의 월급, 원장 1300만원, 아들 1800만원, 딸 1290만원 국민일보 10.18 9
12473 사회 '휴대폰 따로 가입 따로' 추진에.."SKT 안 팔아" 집단 반발 SBS 10.18 9
12472 사회 "정규직 안해도 돼 죽지만 않으면.." 숙연해진 국감장 뉴스1 10.18 7
12471 사회 중국 상공에 달보다 8배 밝은 '인공 달' 띄운다 연합뉴스 10.18 6
Service
등록된 이벤트가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Comment
글이 없습니다.
Banner
등록된 배너가 없습니다.
000.0000.0000
월-금 : 9:30 ~ 17:30, 토/일/공휴일 휴무
런치타임 : 12:30 ~ 13:30

Bank Info

국민은행 000000-00-000000
기업은행 000-000000-00-000
예금주 홍길동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