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악마, 밤엔 윤동주..겹치기 출연 "몰입 힘드네"

매일경제 0 21 04.14 07:13
배우 A씨는 지난달 오후 2시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뮤지컬 '더데빌'(2018년 11월 7일~2019년 3월 17일)에서 악마 역할로 나왔다. 공연을 마친 후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3월 5일~17일)에서는 주인공인 윤동주 시인을 맡았다.

이렇듯 뮤지컬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배우들이 동시에 여러 작품을 맡는 겹치기 출연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공연은 늘고 배우는 한정돼 티켓파워가 검증된 배우 캐스팅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하지만 한 배우가 두세 작품을 동시에 소화하면 작품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 B씨는 3개 뮤지컬 출연이 맞물려 있다. 뮤지컬 '더데빌'에 출연하는 동안 뮤지컬 '호프'(3월 28일~5월 26일) 초연을 소화하고, 이 기간 '안나 카레니나'(5월 17일~7월 14일)까지 준비해야 한다. 한 무대에 오를 때 차기작을 병행하는 스케줄을 6개월 넘게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드라마와 무대를 오가는 배우 C씨는 더 바쁘다. 올해 1월 출연했던 뮤지컬 '잭 더 리퍼'(1월 25일~3월 31일)에 이어 '그날들'(2월 22일~5월 6일), '엑스칼리버(6월 15일~8월 4일)'가 끝나는 여름까지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른다. 기존 작품의 지방 공연까지 소화하면서 다음 작품 연습을 병행해야 한다.

공연계 겹치기 출연의 배경엔 멀티캐스팅이 자리 잡고 있다. 인기 배우와 아이돌이 고루 섞인 트리플, 쿼드러플 캐스팅 방식이 국내 공연계에 만연하다. 제작사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주연급 배우들이 한정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공연 관계자는 "여러 기획사가 같은 배우를 원하게 되니 한 명에게 많은 공연이 몰리게 되는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공연 숫자는 많아졌지만 배우들 세대교체는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배우 입장에선 출연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 같이 일할 제작사나 공연 관계자들이 부탁을 해오면 뿌리치기 어렵다.

문제는 겹치기 출연 피해가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은 최소 한두 달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올려지지만 주인공 배우가 너무 바쁘면 작품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연 관계자는 "한 배역을 3~5명이 맡다 보면 각자가 할 수 있는 연습량이 한정돼 있다. 주연 배우끼리도 호흡을 맞춰보기 힘든데 앙상블(합창팀)과의 연습량은 얼마나 되겠느냐"며 "심지어 배우와 앙상블이 합을 맞춰보지 못해 첫 공연이 첫 무대 리허설이 되어버린 적도 있다. 그럴 경우 (작품성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완성도가 떨어지면 관객은 더욱 실력이 보증된 유명 배우만을 찾게 된다. 프로덕션은 흥행을 위해 캐스팅에 목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겹치기 출연은 단순히 하나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이슈"라며 "현재 뮤지컬 산업의 제작 관행이 문제다. 대책 하나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배우 겹치기 출연의 원인으로 장기 공연이 어려운 국내 공연 산업 구조를 들 수 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선 한 작품이 1년 이상 공연하며 배우에게 어느 정도 경제적 보상이 따른다. 반면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공연 기간이 두세 달이어서 작품이 끝나면 당장 수입이 없어진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장기 공연으로 호흡이 길어지면 작품 자체에도 신경을 더 쓰고 배우가 여기저기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국내 공연계가 '분갈이'를 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겹치기 출연을 한국 뮤지컬 특성으로 보면 안 된다.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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