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없이 사업 추진·추가금 '눈덩이'.. 깨진 내집 마련 꿈

세계일보 0 233 2019.06.16 07:13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먹자골목으로 유명한 ‘샤로수길’에서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지역주택조합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 간 갈등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편백숲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는 2009년부터 관악로 14길 일대에 ‘관악산 힐링스테이트’라는 아파트 단지 설립을 목표로 조합원을 모집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이 일대가 샤로수길로 유명해져 상권이 급부상하면서 아파트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주민들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진위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조합원을 계속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지역주민 등이 추진위에 맞서 결성한 ‘낙성대 지역주택조합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추진위가 주민들의 신축 및 리모델링 공사를 방해하거나 상점을 불법건축물로 신고하는 등 일련의 갈등이 지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추진위 설명을 듣고 6000만원을 투자했으나 사업은 진척이 없고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지역주택조합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청약순위와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고 일반 아파트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사업계획을 승인받기도 전에 아파트 설립이 확정된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사업 지연으로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는 등 조합원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 문제로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015년 226건에서 2017년 532건, 지난해 313건으로 연평균 300건을 웃돈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의 지역주택조합 사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설립인가를 받은 주택조합은 총 155곳(7만5970가구)이었고, 이 가운데 입주까지 완료된 조합은 34곳(1만4058가구)으로 집계됐다. 실제 지역주택조합 성공률이 21.9%에 그친 셈이다.

지역주택조합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는 ‘토지 확보’다. 현행법상 지역주택조합은 실제 토지를 확보하지 않고 주택건설 대지의 80% 이상 토지사용승낙서만 있으면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토지를 매입하기 어려워지는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있다. 또 갑자기 토지 가격이 오르면, 추가적인 비용은 조합원이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업무대행사와 시공사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횡령이나 비리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A씨에 따르면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위치한 대소이안지역주택조합아파트에 입주한 조합원들은 업무대행사 및 시공사와 추가 분담비 문제로 싸우고 있다. A씨는 “업무대행사가 주택조합 설립인가 과정에서 조합원이 충분히 모이지 않자 계약자 이름을 허위로 채워 넣어 편법으로 인허가를 받았다”며 “계약금 1억8000만원에 추가분담금 3800만원을 냈는데도 시공사는 조합원당 7000여만원을 추가 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월에는 경남 김해시 율하동 이엘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와 조합 집행부 등 10여명이 토지매입 과정에서 차익을 남기거나 필요 없는 용역계약을 중복 체결해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조합에 34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확인돼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관리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재건축사업은 토지소유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를 구성하고 시장·군수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처럼 지역주택조합사업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지역주택조합은) 도심 내 비교적 손쉽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이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다 보니 관리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사업 초기 단계인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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