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脫일본' 나서자.. 日소재업체 "최대 2년 안정적 공급" 적극 구애

한국일보 0 101 2019.08.21 20:45

한국 공장ㆍ지사 재고량 대폭 확대… 해외공장 통한 우회 공급도 추진

日정부 압박보다 시장논리에 굴복… 미국ㆍ유럽 업체는 틈새시장 공략

인천 서구에 위치한 정밀 화학제품 개발업체 경인양행 관계자가 생산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인양행은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레지스트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중견기업이다.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일본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는 ‘탈일본화’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일본 소재 업체들이 한국과의 거래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공급망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정치ㆍ외교적인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린 일본 정부의 압박 보다 물건을 팔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시장 논리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이후 한국에 지사나 공장을 둔 일본 반도체 소재 업체들은 한국 공장ㆍ지사의 소재 재고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최대 2년치 재고분을 한국에 보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자, 일본 소재업체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소재가 향후 수출 규제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한국으로 미리 소재를 보내 재고량을 최대치까지 확보하고 있다”며 “이들 소재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최대 2년간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영업망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일본산 원재료가 섞이지 않은 제3의 소재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자 원재료를 일본이 아닌 제3국에서 들여와 한국에서 가공해 납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소재 특성상 미리 많은 양을 한국에 보내 둘 수 없는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업체들은 해외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 한국에 우회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모리타화학공업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불화수소를 한국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리타 야스오 모리타화학공업 사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ㆍ일 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면 일본 대신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포토레지스트 제조업체 도쿄오카공업(TOK)은 한국에서 생산하는 소재의 양을 늘려 기존 납품량을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반도체 소재의 큰 시장인 한국에서의 영업기회를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산 소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처 다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정성을 강조하는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소재가 한 번 교체돼 투입되면 최대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되기 때문에, 일본산 소재가 한국 반도체 생산라인에 다시 투입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국의 대형 거래처를 잃을 위험에 직면하자 일본 기업들이 필사적으로 기존 영업선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일본 소재업체에는 큰 위기로 작용하고 있지만, 경쟁 관계인 유럽과 미국 소재 업체들은 이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 동안 일본 소재업체들이 누려온 한국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소재 업체의 한국 지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냐고 문의해 와서 본사와 상의해 한국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우리 입장에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국 무역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지 않는 한, 일본 기업들은 한국과 거래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계속 강구할 것”이라며 “이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정책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생존을 추구하는 기업의 본능적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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