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휴대폰 고장났는데 급해"..이 말에 2400명이 속았다

KBS 0 159 2019.09.16 20:45


"엄마 나 지금 휴대폰 액정이 나가서 매장에 수리 맡기고 컴퓨터로 카톡하고 있어."
한 50대 여성은 지난달 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평소와 다른 프로필이었지만, 딸 이름이 맞고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고 해서 큰 의심은 하지 않았다.

딸은 아는 언니에게 문화상품권을 사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미 돈까지 받았는데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인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엄마가 대신 상품권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딸은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9만 3000원에 파는 쇼핑몰 사이트를 주소를 알려줬다. 이 여성이 에러가 난다고 하자 딸은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딸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던 이 여성은 신용카드와 신분증 앞·뒤를 모두 찍어 사진을 보냈다. 잠시 후 93만 원이 빠져나갔다는 메시지가 왔다. 딸이 말을 걸고 돈이 빠져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33분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딸이 아니었다. 딸의 이름을 도용한 '메신저 피싱' 일당이었다. 사기당한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문화상품권이 사용된 뒤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0만 원 가까운 돈을 날려버린 것이다.


2018년 656건→2019년 2,432건

경찰에 따르면 이 같은 '메신저 피싱'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피해 건수는 656건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432건으로 1년 동안 3.7배나 늘었다.

피해액수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29억 400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70억 5000만 원으로 2.4배 증가했다. 1건당 피해액수는 지난해 상반기 480만 원에서 291만 원으로 줄었다. 더 소액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가장 유행하고 있는 수법은 문화상품권 사기이다. 휴대전화가 고장이 났으니 문화상품권을 대신 사달라고 해서 '핀 번호'를 받는 수법이다. 핀 번호는 문화상품권을 온라인에서 쓸 때 입력해야 하는 번호로, 문화상품권마다 부여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메신저 피싱 일당은 피해자가 핀 번호를 보내면 이를 활용해 물건 등을 산 뒤 이 물건을 되팔아 돈을 챙긴다"고 말했다.

나 대신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달라는 방식도 많이 쓰인다. 오빠를 사칭해서 여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내 "내가 급하게 돈을 보내줘야 할 일이 있는데, 지금 에러가 나서 안 되니 대신 보내달라"며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식이다.


취약 사이트 해킹해 개인정보 얻어

메신저 피싱 일당은 2번의 해킹을 통해 개인정보를 얻어 범죄에 활용한다. 우선 보안이 취약한 사이트를 해킹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확인한다.

이후에는 피해자에게 문자나 동영상 등을 보내서 피해자가 이를 클릭하면 피해자 휴대전화를 해킹해 가족이나 지인의 개인정보를 확보한다. 이 정보를 활용해 친구나 지인 행세를 한다.

피해자 지인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까지 똑같이 도용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사기라는 걸 눈치채기 어렵다.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는 말을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전화를 걸어 볼 생각을 하기도 쉽지 않다.


'빨간 지구본'을 의심하라

메신저 피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당국은 예방책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 나온 대책 중 하나가 '빨간색 지구본'이다.

메신저 피싱에 가장 많이 악용되는 카카오톡 측과 협의해 해외에서 접속한 경우 프로필에 사진 대신 빨간색 지구본이 표시되도록 했다. 메신저 피싱이 추적을 피하려고 주로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범행을 한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친구나 지인이 갑자기 송금이나 상품권 구매를 요구하는데 프로필 사진에 빨간색 지구본이 표시되고, 친구나 지인이 해외에 있는 게 아니라면 곧바로 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메시지를 받았을 때 전화를 해서 본인 확인을 해보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송금한 경우에는 30분 안에만 신고하면 인출을 막을 수도 있지만, 문화상품권은 핀 번호를 넘겨서 사용된 후에는 취소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메신저 피싱 등 서민 대상 사기 범죄를 오는 11월까지 집중 단속한다.

오현태 기자 (highf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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