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한강공원은 '밀실 텐트'가 '다닥다닥'..거리 두기 '무색' [김기자의 현장+]

세계일보 0 80 03.29 07:1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강화된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은 거대한 텐트촌을 방불케 했다. 공원 곳곳에는 “‘코로나 19’ 감염예방과 시민안전을 위해 그늘막 설치를 2020.4.30일까지 금지합니다. 시민여러분의 협조부탁드립니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코로나 19’ 감염예방과 시민안전을 위해 그늘막 설치를 2020.4.30일까지 금지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협조 부탁드립니다.” 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장

봄이 서서히 찾아오면서 벚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찾은 서울 여의도 윤중로는 벚나무는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벚꽃 잎이 흩날리며 화사한 봄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벚나무 사이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 비교적 한산했고, 일부 사람들만 벚꽃과 한강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예년 이맘때에는 벚꽃 길은 사람들로 북적이거나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이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강화된 가운데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은 거대한 텐트촌을 방불케 했다.
 
벚꽃 길과 달리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은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억제를 위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확산 되고 있지만, 한강공원은 봄날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른바 ‘탁 트인 명당’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늘막 텐트와 돗자리가 깔려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술 마시거나 준비해 온 음식물을 먹고 있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한강공원은“‘코로나 19’ 감염예방과 시민안전을 위해 그늘막 설치를 2020.4.30일까지 금지합니다. 시민여러분의 협조부탁드립니다.”라는 현수막 바로 뒤에서 한 시민이 그늘막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쯤, 서강대교에서 마포대교까지 한강공원을 둘러보았다. 직접 확인한 그늘막 텐트만 해도 족히 60~70개 정도 돼 보였다. 이 중에서 개방되지 않는 이른바 ‘밀실 텐트’는 30여개 정도 돼 보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한 텐트촌이 형성돼 가고 있었다.

한강공원에서 그늘막 텐트 설치할 경우 크기 가로×세로 2m 이내 텐트 4면 중 2면 이상을 반드시 개방하고 오후 7시 이후엔 철거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적발 시 1회 100만원, 2회 200만원, 3회 300만원 등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한강공원은“‘코로나 19’ 감염예방과 시민안전을 위해 그늘막 설치를 2020.4.30일까지 금지합니다. 시민여러분의 협조부탁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이날 한공 공원 곳곳에는 “‘코로나 19’ 감염예방과 시민안전을 위해 그늘막 설치를 2020.4.30일까지 금지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협조 부탁드립니다.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듯 현수막 바로 뒤에서 그늘막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커플들은 그늘막 텐트를 한 면만 개방한 채 준비해 온 대형 수건으로 머리끝까지 덮고 있거나 부둥켜 껴안고 있거나 4면 모두를 닫은 ‘밀실 텐트’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열린 텐트는 지나가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강화된 가운데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 곳곳에는 이른바 '밀실 텐트'를 쉽게 찾아 볼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즐기던 김모(45)씨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오랜만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여기 계신 분들도 다 같은 마음이 아닐까요?”라며 “주변을 살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늘막 텐트 종류도 다양했다. 2인용부터 6명도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텐트까지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텐트 앞에는 유모차가 있었고, 안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준비해온 음식을 먹거나 아이들은 누운 채 스마트 폰을 집중하고 있었다. 텐트 앞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스마트 폰으로 찍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 방문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강조되고 있지만, 한강공원만은 다른 분위기였다.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찾은 정모(41)씨는 “조금만 지키면 될 일을 보기 겁이 나기도 해요”라며 “‘난 괜찮겠지’라는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은데, 주변을 생각해서라도 거리 두기를 힘든 것도 아닌데 지켰으면 좋겠어요”고 말했다. 함께 있던 이모(38)씨는 “텐트도 한강공원에서 빌린 것 같은데, 사방이 막혀 있으면 혹시나 감염 우려가 있다”라며 “지금은 무엇보다 안전을 생각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강화된 가운데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한 편의점에는 라면을 끓으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강공원 편의점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된 운동과 딴판이었다. 편의점 내부는 라면을 사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북적였고, 계단에는 라면 끓이기 위해 기다리는 긴 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편의점 주변 잔디밭에는 컵라면·치킨 등 발에 밟힐 듯 쓰레기 무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먹었던 각종 음식물 쓰레기와 돗자리까지 그대로 둔 채 사라지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텐트를 설치 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현장 나가서 텐트는 즉시 거둬 달라고 부탁도 있습니다”라며 “단속반이 시간별로 순찰하고 단속도 하고 있지만, 그늘막도 많고, 사람도 많아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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