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완치자.. 그리고 버림받은 자입니다"

세계일보 0 28 05.21 07:13

미국 뉴저지주 저지쇼어에 사는 부동산 투자업자 엘리자베스 마르투치는 11살 아들과 함께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뒤 집 앞에 ‘우리는 코로나19 생존자들입니다’라는 표시를 했다. 확진 판정이 곧 사망 선고는 아니라는 점을 이웃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주위의 불안감을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회복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일부 동네 주민은 마르투치 모자를 마주치면 얼른 피한다. 마르투치는 “내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두려워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우리는 생존자라기보다는 전파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소녀가 부엌 창문을 사이에 두고 친구와 인사하고 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0일(현지시간) 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수많은 완치자가 일종의 ‘낙인 효과’ 때문에 사회에 다시 섞이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완치자가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지만, 워낙 공포가 큰 탓에 가족·친지조차 이들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60세 여성은 이웃의 친절과 외면을 동시에 경험했다. 투병 후 완치 판정을 받았을 때 이웃 주민이 만들어준 닭고기 수프를 먹고 온기를 느꼈지만, 빈 용기를 어떻게 돌려줄지를 문자메시지로 묻자 그냥 버리라는 답장이 왔다.

맨해튼에 사는 서맨사 호펜버그는 완치 이후 일부러 가족을 피했다. 지난 4월 치매 합병증으로 입원했던 아버지가 병원에서 감염돼 사망하면서 가족들이 받은 충격을 잘 알고 있어서다. 지난달 23일, 그는 화재 현장에서 연기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다시 입원했다. 공황발작을 일으키며 힘들어하는 그를 위해 병원 사회복지사가 전화를 걸어 ‘이제 서맨사에게는 바이러스가 없으니 안심하고 오세요. 그가 가족을 보고 싶어해요’라고 전했지만 가족들은 문병을 거절했다.

플로리다주의 윌리엄 롱(17)은 다 나으면 친구들과 낚시를 하러 갈 생각을 하면서 3주간의 투병생활을 이겨냈다. 그러나 완치 후 2주가 지나도록 친구들한테서 답장이 없다. 그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이겨내려고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변의 불안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완치자의 재양성 사례도 있고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 태도에 상처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생존기를 썼던 언론인 셰릴 크래프트는 “우리는 매우 가치 있다. 사회로 복귀할 수 있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혈장을 제공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버림받은 자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Comment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155 사회 일당 '30만원' 알바의 함정 경향신문 20:45 0
19154 사회 "검·언 유착 수사, 윤석열 사단 겨냥" 보도..검찰 "사실아냐" 뉴시스 20:45 0
19153 사회 DJ 두 아들 '유산' 갈등..동교동 사저·노벨상금 놓고 법적 분쟁 뉴스1 20:45 0
19152 사회 "100번째 출격한 날, 이틀전 산화한 후배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동아일보 20:45 0
19151 사회 쿠팡에 525차례 빈 포장만 반품..2천만원 챙긴 30대 집행유예 연합뉴스 20:45 0
19150 사회 BMW 출시 행사에서 '제네실수'가 거론됐다 한국경제TV 20:45 0
19149 사회 김무성 "박근혜 33년형은 과해..만나면 안 됐을 운명" 뉴스1 20:45 0
19148 사회 미 흑인 목 눌러 숨지게 한 경찰관에 '살인 혐의'..체포후 기소(종합) 연합뉴스 20:45 0
19147 사회 문대통령 "큰 원력과 공덕으로 희망을 준 불교계 깊은 존경" 뉴스1 20:45 0
19146 사회 인도 원숭이, 코로나19 환자 혈액샘플 강탈..물어뜯기도 연합뉴스 20:45 0
19145 사회 숨진 엄마 곁 담요 흔드는 아기..지구촌 '코로나 비극' JTBC 05.28 12
19144 사회 어린 남매 숨진 채 발견..곁에 있던 엄마는 의식불명 뉴스1 05.28 13
19143 사회 상담원만 1600명 근무..국내 최대 콜센터도 뚫렸다 JTBC 05.28 14
19142 사회 "숨 쉴 수 없다" 사망한 흑인 절규에..美 전역 덮은 분노 MBC 05.28 13
19141 사회 "내가 치매냐" 이용수 할머니, 배후설 일축..윤미향, 29일 회견 JTBC 05.28 14
Service
등록된 이벤트가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Comment
글이 없습니다.
Banner
등록된 배너가 없습니다.
000.0000.0000
월-금 : 9:30 ~ 17:30, 토/일/공휴일 휴무
런치타임 : 12:30 ~ 13:30

Bank Info

국민은행 000000-00-000000
기업은행 000-000000-00-000
예금주 홍길동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