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간 내 법안 처리 위해 고압적 '송구'..이제 '버럭'은 놓고 농사지으며 살 것&#…

경향신문 0 205 05.31 07:13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여의도를 떠나는 소회와 ‘농부’ 인생으로 새 출발하는 기대를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72·3선)은 20대 국회를 마치고 “농부로 살겠다”고 했다. 여 전 위원장은 2016년 20대 총선 당선 직후 지역구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해 경추 뼈 여러 개가 분쇄골절되는 큰 상처를 입었다. 농사일을 하는 동안 만성 통증을 잊을 수 있었다. 그는 예견된 사고였다고 했다. 무리한 지역구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과속과 신호위반은 예삿일이었다. 여 전 위원장은 “지역구 의원들은 행사가 있으면 국회 일도 중단하고 뛰어내려가야 한다.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원장실에서 만난 여 전 위원장은 ‘정치적 소신’을 21대 국회의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소신이 없었던 18대 초선 4년은 허송세월했다. 지역 현안 해결에 급급했다”고 아쉬워했다.

법사위원장으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여권은 고압적이라고 비판했고, 야당도 “상대편을 든다”고 지적했다. 회의 진행 중 욕설 논란도 있었다. 여 전 위원장은 “국민들께 죄송하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진행이었다”고 말했다. 여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법사위 배제된 패스트트랙
‘이건 정치 아니다’ 무력감
그만두는 게 낫겠다 결심

- 정치권을 떠나는 소회는.

“시원섭섭하다. 아쉬운 점이 많다. 야권에 다선 의원들이 많이 떠나서 정치가 잘 돌아갈지 걱정이 많이 된다.”

- 왜 떠나기로 결심했나.

“무력감 때문이었다. 선거법(연동형 비례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반대했는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제도를 통해 법사위도 완전 배제됐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두는 게 낫겠다 결심했다.”

- 농부가 되려는 이유는.

“20대 총선 직후 자동차 사고를 크게 당했다. 운전기사는 현장에서 즉사하고 나도 중상을 입었다. 사고 1년 후부터 의사의 권유로 산속 논밭에 과일나무를 심었다. 그 작업에 몰두하다 보니 통증이 덜해졌다.”

지역구 행사 쫓아다니려면
의원 본연의 업무 뒤로 밀려
그때 교통사고로 만성통증
“농사일 하면 잊을 수 있어”

- 지역구 행사를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천 시민의날 행사에 참석하려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사고 때문에 20대 국회 전반기 2년을 허송세월했다. 무리해서 지역 행사를 다니다 보면 사고 위험을 느끼는데 현실이 됐다.”

- 의정활동보다는 지역 행사에만 집중했던 것 아닌가.

“국회의원으로서 국정을 논하고 소신을 펼치고 싶었다. 그런데 전념할 수 없었다.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을 무시할 수 없다.”

- 법사위원장을 하면서 거친 언사로 비판받았다. ‘버럭’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저는 버럭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사위에서 언쟁으로 회의가 지연되면 안 나설 수 없다. ‘당신이 판사냐’는 얘기도 듣긴 했지만 중립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여권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줄이자고 주장한다.

“찬성하고 싶지 않다. 법은 자구가 잘못돼 있는 것도 문제지만 법 체계가 잘못됐을 경우 국민들의 권리 보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 정치적 소신 갖되
독불장군식보다는 협치를

- 법안을 발목 잡는 용도로 쓰인다는 지적도 있다.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이 한 분이라도 있으면 소위 회부가 관행이다. 문제는 소위로 가면 함흥차사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소위는 자주 열리는 게 좋다. 여야가 소위를 매달 2회 정도 상시 열도록 합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21대 국회의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정치적 소신이 뚜렷해야 된다. 다만 소신을 갖되 정치에선 협치를 해야 한다. 독불장군식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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