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유네스코·WTO로 한일갈등 확산..日 '돈줄죄기' 카드 쓸까

연합뉴스 0 10 06.29 20:45
2019년 6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악수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역사 문제를 놓고 시작된 한일 갈등이 국제무대로 확대하는 양상을 보인다.

국제기구를 통한 양국 외교가 대결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우선 일본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관해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G7에 추가로 정식 멤버를 더할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냐'는 물음에 "G7 틀 그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일본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폐허로 방치된 군함도의 건물. 군함도에는 일제 강점기 징용된 조선이 강제 노역한 현장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일본의 고위 관료가 미국 측에 한국 참가에 반대한다는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는 교도통신의 보도가 사실인지에 대한 질문에 직접 확인은 회피했으나 일본의 반대 입장을 에둘러 표명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G7에 관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몰염치 수준이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양국간 파열음이 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유네스코에서 2015년에 이어 5년 만에 재격돌을 준비하고 있다.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 노역의 역사를 사실상 왜곡하는 전시관이 도쿄에 개관하자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에 서신을 보내 세계유산등록 취소 검토를 포함해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을 최근 촉구했다.

한중교류촉진위원회 긴급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한중교류촉진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 연 '일본 군함도, 세계유산 지정 취소 요구 및 대책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6.26 jin90@yna.co.kr

이에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의 결의·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우리나라(일본)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그것들을 성실하게 이행했다"며 이견을 표명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이와 관련해 '한국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논설을 싣고 자국 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징용 판결 갈등에 더해 역사 문제를 둘러싼 대립은 한층 격해질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줄다리기 중이다.

일본은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인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요구를 거부했고 결국 한국 정부는 WTO의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했다.

하지만 현지시간 29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TO 본부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일본은 이 문제를 다룰 패널 설치를 거부했다.

WTO 본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달 29일 예정된 DSB 회의에서 패널 설치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사무총장에 출마한 것에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아직 명확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으나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유 본부장이 후보로 나선 것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 "차기 사무총장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중략) 주요국의 이해(利害)를 조정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반응했다.

그는 "대응에 관해서는 검토 중"이라면서도 "다각적 무역체제의 유지·강화에 적극적으로 공언할 수 있는지 어떤지, 그리고 조직의 투명성·설명책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인지 어떤지 등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자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

한일 간 대립이 격해지면서 일본 언론은 결정된 바 없는 사안에서 뜬금없이 한국 견제론을 펼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산케이(産經)신문은 한국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후보를 배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즉시 (일본) 총리관저에 사령부를 설치해 정부가 한덩어리가 돼 G7 각국 등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이 WHO 사무총장을 배출하자고 주장했다.

한일 대립이 국제무대에서 본격화하면 일본은 이면에서 여러 수단을 동원해 영향력 행사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돈줄 조이기'가 대표적인 대응카드였다.

2015년 유네스코가 중일전쟁 중 일본군이 벌인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리자 일본은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을 보류하며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분담금을 두 번째로 많이 내고 있으며 유네스코는 적지 않은 압력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5월 14일 이리나 보코바(오른쪽) 당시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하세 히로시(馳浩) 당시 일본 문부과학상이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7년 한·중·일 시민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올려달라고 신청했을 때도 일본 정부는 분담금 지급을 미뤘고 유네스코가 등재 보류 결정을 내린 후 지급을 결정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일본이 국제기구에 대한 직접 지원금이 아니라도 공적개발원조(ODA)나 대외 투자 등을 매개로 제3국 여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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