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딸 안고 투신했던 母, 또 집에 불질러 자살시도

서울북부지법 국민참여재판에서 집유 선고받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26년 전 두 딸을 안고 한강에 투신해 네 살배기 딸을 숨지게 한 우울증 환자가 이번에는 자신이 사는 빌라에 불을 질러 자살을 기도했다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과거 딸을 죽음으로 몬 자살시도를 했을 때도 집유를 받고 풀려났는데 또다시 무고한 이웃까지 위험에 몰고 간 방화를 저질렀지만 재차 실형을 피했다.

우울증 환자가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 보호망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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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강모(56·여)씨는 올해 3월 29일 오전 3시께 자신이 사는 다세대주택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강씨는 당시 자신의 집 거실에 전기장판과 이불, 비닐봉지를 올려놓고 불을 질렀다.

지하층을 포함해 총 3층인 건물에는 강씨를 제외하고 4가구가 거주했고 화재 당시 모두 잠들어 있었다.

강씨는 불을 내곤 겁에 질려 밖으로 뛰쳐나가 행인을 붙잡고 신고를 요청했다.

곧바로 경찰이 출동해 불을 끈 덕에 인명피해는 없었고 불이 다른 집으로 번지지도 않았다.

법정에 선 강씨는 30년 넘게 우울증을 앓았다고 주장했다.

2013년 11월 인쇄공장에 세탁 보조로 취업했는데 이틀 만에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면서 쇄골이 부러졌고, 이후 건강 문제로 일을 구하지 못해 우울증이 도진 탓이라고 항변했다.

강씨는 범행 전 한 달간 거의 잠을 자지 못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고, 방화 이틀 전에도 목을 매 죽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씨의 과거 범행을 지적했다.

강씨는 1989년에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당시 네 살과 두 살이던 두 딸을 껴안고 한강에 뛰어내린 바 있다.

이때 큰딸은 세상을 떠났고, 살아남은 작은딸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이혼한 전 남편이 데려갔다.

이 일로 강씨는 1990년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피고인은 본인의 우울증이 딸을 잃게 했을 만큼 위험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또다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끼치는 방식으로 자살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비닐봉지를 준비하는 등 우발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방화를 저지른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의 변호인은 "결과적으로 다친 사람이 없고 방바닥 정도만 불에 탔다"면서 "형법상 처벌을 받을 때는 벌어진 결과에 한정해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피고인에게 필요한 것은 엄한 처벌이 아니라 병원 치료와 사회의 관용"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을 심리한 형사13부(이효두 부장판사)는 강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반영해 양형을 정했다"며 "피고인의 죄질은 나쁘지만 스스로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형의 유예 기간만큼 보호관찰도 함께 명령받았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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