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 맞고 지뢰 밟아도 수술 못하는 국군수도병원

지난달 4일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 목함지뢰에 양 발목 부상을 입은 하재헌(21) 하사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군이 운영하고 있는 최고 수준의 병원이다. 하지만 이 병원 의료진이 하 하사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손상된 조직을 제거하고 환부를 최소화하려면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했지만 이런 특수외상 수술이 가능한 숙련의는 1명뿐이었다. 폭발로 입은 부상인 만큼 신속하게 해야 하는 재건성형을 할 수 있는 전문의는 아예 없었다. 집단 작업인 수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수도병원 의료진은 “빨리 분당서울대병원으로 가 보라”고 길만 터줬다. 한 군 의료기관 관계자는 “ 현재 군 병원에서 총상·폭발상을 입은 장병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송수단 제공뿐”이라고 자괴감을 나타냈다.

 북한군 목함지뢰 도발을 포함해 최근 한 달여 사이 군에선 총·지뢰·수류탄에 의한 사건·사고가 잦았다. 지난 11일 50사단 수류탄 폭발 등을 포함해 5건의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그런데 이 중 수도병원에 입원 중인 장병은 2명뿐이다. 그중에서도 수도병원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은 경우는 목함지뢰 사건 때 한쪽 발목을 잃은 김정원(23) 하사가 유일하다. 환부가 넓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달 23일 아군 지뢰에 부상을 입은 신모 하사는 수도병원에 있긴 하지만 수술은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와서 했기 때문에 ‘민간병원 위탁’으로 분류된다. 결국 특수외상자 8명 중 7명을 민간병원에서 치료한 셈이다. 남북한은 대치 중인데 최상위 군 병원에선 총상을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렇게 민간병원으로 옮겨진 총상·폭발상 장병들에겐 수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도 발생한다. 실제 하 하사도 사고 당일 오전 11시쯤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했지만 기존에 잡힌 수술들 때문에 4시간여가 지나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폭발상의 경우 환부가 넓어 수술이 늦어지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외과 분야별 외상 숙련의들이 최소 30명은 필요하다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재 수도병원 의사 140여 명 중 거의 대부분은 갓 전문의가 된 의무복무 군의관이다. 외부 전문가 중에서 초빙한 특수외상 전문의는 세부 분야별로 1~2명씩이거나 없다. 한 예비역 군의관은 “한마디로 총상을 치료할 의료진이 안 갖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장비도 열악하다. 폐를 다쳤을 경우 피를 순환시켜 산소를 대신 주입해주는 심폐보조장치(ECMO)는 수도병원에 1대도 없다. 폐에 총상을 입은 장병이 와도 속수무책이란 얘기다. 다행히 올 연말까진 ECMO 2대를 보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엔 장비를 다룰 인력을 뽑는 예산이 없다.

 이러다 보니 부상 장병들의 군 병원에 대한 불신은 심각하다. 민간병원에 위탁해 실시되는 장병 치료는 연평균 1453건(2010~2013년)이고, 연평균 약 32억원의 국방예산이 민간병원 치료비로 투입됐다. 이 때문에 군에선 “군 전용 외상센터를 설립하고 숙련의를 영입·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국방부가 초기예산 1000억원을 마련해 특별회계사업으로 추진 중인 외상센터 건립 사업엔 최근 빨간불이 들어왔다. 기획재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일반회계사업으로 돌리고 예산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런 문제를 국회에서 제기한 정두언(새누리당) 국회 국방위원장은 “휴전국의 군 병원이 총상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건 난센스”라며 “군 외상센터 건립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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