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으로 기소만 했어도"..처음부터 꼬였던 '이태원 살인사건'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이태성 기자, 양성희 기자, 황재하 기자, 한정수 기자] [[서초동살롱<83>]패터슨 "리가 죽였다" vs 리 "패터슨이 죽였다"…법원 판단은?]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고인 아더 존 패터슨(36)이 16년 만에 송환된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사건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이제라도 진범에게 합당한 형벌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1997년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모씨(당시 22세)가 흉기에 찔린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면서 불거졌습니다. 당초 수사 당국은 패터슨을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 에드워드 리(당시 18세)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 '이태원 살인사건' 피고인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 /사진=뉴스1

검찰은 피해자의 상처 부위와 들어맞는 체격 조건, 핏자국의 모양 등을 고려해 리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패터슨도 함께 기소됐지만 증거인멸 등의 혐의만 적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리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사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패터슨은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습니다.

이후 조씨의 부모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도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제 때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탓에 패터슨은 1999년 미국으로 8월 도주했습니다. 결국 수사는 벽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사건이 처음부터 꼬여버린 셈입니다.

◇진범 못 찾은 이유는…"누구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제외하고는 패터슨과 리, 두명밖에 없는 공간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이 둘은 피의자인 동시에 목격자입니다. 또 둘은 상대가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당시의 재판은 두 사람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1·2심 재판부는 패터슨의 주장에 신빙성이 더 있다고 판단했고 리의 살인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패터슨은 "리가 조씨를 찔렀고 나는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리는 "패터슨이 조씨를 찌른 장면을 거울을 통해 봤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누구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에 무게를 두지 말고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이나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을 더 검토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검찰은 왜 두사람을 공범으로 기소하지 않았나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애초에 검찰이 두 사람을 공범으로 기소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태원 살인사건과 같은 경우 두 사람 모두를 살인 혐의로 기소할 수 있습니다. 직접 흉기로 찌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범죄를 공모하고 공범이 찌르는 것을 묵인했다면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두 사람이 서로가 범인이라고 지목하면서 공모 혐의를 부인하면 법원이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리는 패터슨이 갖고 있던 칼을 받았고 '뭔가 보여줄 게 있다. 화장실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범행 후 정황을 보면 패터슨이 리보다 더 많은 피를 뒤집어썼고 이후 입고 있던 옷을 태우는 등 증거를 인멸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범죄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검찰은 리에게만 살인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피해자의 상처 부위와 들어맞는 체격조건이 유력한 단서가 됐습니다. 당시 피해자의 부검의는 조씨의 상처가 위에서 아래로 찔린 모양으로 난 점 등을 고려해 가해자가 조씨보다 키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실제로 패터슨의 키는 172cm로 피해자에 비해 4cm가 작았고 리는 조씨보다 4cm가 더 컸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첫 번째 공격을 당한 후 자리에 주저 앉았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 키와는 관계없이 상처의 모양이 위에서 아래로 날 수도 있습니다. 당시 검찰이 조금 더 신중히 판단했다면 사건의 결과는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유죄 입증될 수 있을까…앞으로의 재판 쟁점은?

패터슨은 국내에 머물면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패터슨의 살인 혐의에 대한 첫번째 재판은 다음달 8일 열립니다. 당초 다음달 2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패터슨 측 변호인이 변론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기일 연기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검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사건 발생 당시 리와 달리 패터슨의 전신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었던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화장실 벽면에 묻은 혈흔을 분석한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흉기 사용 동작을 재연했는데 패터슨의 동작이 이와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재판에서 패터슨의 유죄를 입증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패터슨의 유죄가 입증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일단 재판의 핵심 증인이 될 리가 출석할지 여부가 불확실합니다. 또 유죄 입증을 위해서는 관계자들의 진술이 필요한데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흐려졌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18년이 지났습니다. 한 대학생이 목숨을 잃었는데 누구에게도 죄를 묻지 못했습니다. 지난 18년간 피해자 가족들이 느꼈을 좌절감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검찰이 뒤늦게라도 패터슨을 법정에 세운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제라도 진범이 밝혀지기를, 합당한 벌을 받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만배 기자 mbkim@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황재하 기자 jaejae32@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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