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환불 때문에 대출 받아야 할 판"..분노에 찬 휴대폰 유통가

“하루 팔아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현금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고객의 갤럭시노트7 일시불 환불 요청과 판매수당(리베이트) 본사 반납을 모두 해결하려면 단기 대출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삼성전자가 배터리 발화 논란으로 생산·판매를 멈춘 대(大)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대한 교환·환불 업무를 시작한 13일 오전.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신촌의 한 이동통신 판매점을 찾았다. 현장 분위기를 취재 중이라며 기자 신분을 밝히자 점주는 대뜸 짜증부터 냈다.

10월 13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를 방문한 고객들이 갤럭시노트7의 환불 절차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 전준범 기자10월 13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를 방문한 고객들이 갤럭시노트7의 환불 절차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 전준범 기자

그는 “평소 요금 수납과 관련된 현금 20만원 정도만 매장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90만원이 넘는 갤럭시노트7을 현금으로 환불해 줄 여력이 없다”며 “하지만 위에서 방침이 그렇다는데 우리가 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 이동통신 유통가 “갤노트7 일시불 환불 고객이 가장 두려워”

신촌 일대의 다른 이동통신 매장들로 발길을 옮겼다. 점주들의 불만은 비슷했다. 이들은 평소 매장에 보유하는 현금이 5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갤럭시노트7을 일시불로 환불해달라고 요구하는 고객이 나타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갑작스런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이후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동통신사들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지침이나 정책도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판매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건 유통점에서 갤럭시노트7 단말기를 현금으로 일시불 구매한 고객들이다. 유통점은 갤럭시노트7 사용자가 현금 반환을 요구할 경우 응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현금 일시불로 갤럭시노트7을 구매한 고객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들에 대해서도 대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물론 대부분의 갤럭시노트7 사용자는 약정 할부로 단말기를 구매했기 때문에 현장 판매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환불은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출고가가 98만8900원인 갤럭시노트7을 24개월 약정 구매하면 월 납부액은 4만1200원이 된다. 두 달간 납부한 고객이라면 8만24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본사는 이들 계좌로 환불금을 넣어준다.

10월 13일 신촌 일대 LG유플러스 직영점의 직원들이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 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 심민관 기자10월 13일 신촌 일대 LG유플러스 직영점의 직원들이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 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 심민관 기자

현금 일시불 구매자가 적어 문제될 게 없다는 이동통신사와 달리 판매 현장 관계자들은 “3~4명만 찾아와도 이미 수백만원을 넘어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 때문에 골목상권 판매점들은 50만대의 취소·변경 업무를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 판매수당 반납에 한번 더 울상

이날 만난 유통점 직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이들의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는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 뒤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갤럭시노트7을 환불할 때마다 자신들이 받은 판매수당을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촌 일대 한 유통점 직원 오모씨는 “회사 정책상 정확한 액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보통 갤럭시노트7을 1대 팔면 판매수당으로 몇 만원을 받았다”며 “제품 하자로 갤럭시노트7이 전면 판매 중단되고 대량 환불로 이어지면서 이미 지급받은 판매수당을 반납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2달간 100대를 넘게 판매한 지인의 경우 수백만원을 반납하게 돼 속상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원 송모씨는 “개인의 노력으로 제품을 잘 판매해 판매수당을 받았는데 제품의 하자로 발생한 환불에 대해서까지 판매원이 책임을 져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제품이 환불되고 개통이 취소됐기 때문에 기지급된 판매수당은 반납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LG유플러스는 판매원들이 반납해야 할 판매수당 전액 중 일부만 반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신촌 일대 LG유플러스 직영점 관계자는 “판매원들의 사기 저하를 고려해 본사에서 갤럭시노트7 환불을 해도 판매수당의 일부만 반납하는 것으로 지침을 내렸다”며 “직원들도 회사의 배려에 사기가 상승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매장 진열대에서 갤럭시노트7이 모두 철수된 모습 / 블룸버그 제공서울 시내의 한 매장 진열대에서 갤럭시노트7이 모두 철수된 모습 / 블룸버그 제공

이날 성명서를 낸 KMDA 역시 삼성전자의 판매수당 환수 계획에 대한 불만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KMDA는 “유통점들이 약 50만대의 갤럭시노트7을 판매했는데 구매자들이 환불을 하게 되면 수백억원의 판매수당도 환수를 당하게 된다”며 “삼성전자가 유통점들의 판매장려금을 보존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믿을 건 애플뿐”…아이폰7 출시만 기다리는 유통가 사람들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갤럭시노트7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이동통신 유통가의 분위기도 꽁꽁 얼어붙었다. 유통점 관계자들은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추천할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홍익대 일대의 한 유통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판매가 중단된 상황에서 ‘LG V20’ 외에는 마땅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없는 상태”라며 “매장을 찾은 사람들 중 끝내 구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아이폰7의 출시일만 물어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위해 유통점을 방문한 송모씨는 “갤럭시S8이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지난 모델인 갤럭시S7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오는 21일에 아이폰7이 정식 출시되면 그때 다시 구매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판매원 입장에선 한 대라도 더 팔아야 월급이 올라가는데 갤럭시노트7이 사라지는 바람에 돈벌이도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그나마 아이폰7이 다음주에 출시되면 유통점도 숨통이 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는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교환·환불 업무를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교환 또는 환불을 원하는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은 최초 구매처(개통처)에서 안내를 받으면 된다. 오픈마켓 등에서 무약정 단말기를 구매한 고객은 개통 매장에서 통신사 약정을 해지한 다음 구매처에서 환불 절차를 밟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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