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무조건 주사? 병원에서 수액 권하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0 537 2016.10.22 07:13

직장인 김다현(가명)씨는 최근 극심한 어지럼증으로 내과를 찾았다. 원인은 과로. "수액 맞고 가셔야 합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수액주사를 모두 맞고 나온 김 씨는 의아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다소 비싼 치료 값인 6만 원을 들여 수액주사를 맞았지만 딱히 어지럼증이 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방 당시 상황을 곱씹어 보니 의사가 수액이 어떤 성분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따로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병원에서의 수액주사 남용이 심각한 상황이다. 감기, 과로 등 질병의 종류에 관계없이 수액주사를 처방하는 곳이 허다하다. 역으로 수액주사를 요구하는 환자도 많다. 일반 포도당 주사부터 비타민 주사, 마늘 주사, 감초 주사, 숙취 주사까지 찾는 종류도 수 가지다. 굳이 아프지 않더라도 피로를 푸는 목적으로도 수액주사를 찾는다. 실손보험 가입자일 경우엔 치료비도 100%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더욱 자주 처방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 수액주사는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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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수액주사는 만병통치약?

흔히 링거로 부르는 수액주사는 포도당·나트륨·수분이 주성분인 기초수액과 아미노산·단백질·비타민 등 영양소를 섞은 영양수액을 주로 쓴다. 심한 설사로 탈수증세를 보이는 환자나 금식해야 하는 환자,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소량만 섭취할 수 있는 환자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저혈당 혹은 저혈압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짧은 시간에 당 수치와 혈압을 조절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감기였는데 수액주사를 맞고 몸이 가뿐해졌어요." 일반 환자나 건강한 사람도 수액주사를 맞고 기운이 나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대개 실제 효과는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 플라시보 효과*'로 설명한다. 아미노산 제재나 포도당 성분이 심리적 안정을 줘 몸이 회복되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영양적인 면에서의 효과는 미미하므로 굳이 값을 치러 수액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 잘 먹고 잘 쉬는 것으로 충분하다. 포도당 수액에 포함된 열량은 밥 한 공기보다 적으며 아미노산 함유 수액제는 균형 있는 식단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몸에 맞지 않는 성분의 수액주사를 처방받고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 환자는 고농도의 포도당 주사를 맞으면 급격히 높아진 혈당 수치에 인슐린 분비가 활발해져 되레 당이 떨어질 수 있다. 고혈압, 심부전, 신장 기능 질환 환자는 몸속 혈액량이 갑자기 증가해 심장에 이상이 올 가능성이 있다. 맞는 속도와 양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서 오는 위험 부담도 고스란히 환자 몫이다. 많은 양의 수액을 빠른 속도로 맞으면 급성 쇼크 증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손쉽게 맞지만 실상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 수액주사다.

■ 장사에 혈안 된 병원…비급여 의약품 관리 사각지대

개원의를 중심으로 다수의 병·의원이 수액주사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2013년도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주사료는 2010년 8.7%에서 2013년 25%로 급증했다.

병·의원들이 수액주사를 남용하는 이유는 돈이다. 수액주사는 대부분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이다. 비급여 의약품은 정부가 관리하지 않고 의료기관이 항목과 가격을 자체적으로 정해 진료한다. 병·의원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환자에 모든 비용 부담을 지게 하고 비급여 의약품을 처방하더라도 막을 수단이 현재로서는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수익이 아쉬운 병원에서 감기 환자에 단순히 급여 대상인 약만 처방하기보다 비급여 주사까지 처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다나의원의 C형감염 집단감염 사태는 이 같은 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해당 사태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문제 삼는 데 그쳤으나 본질적인 문제는 비급여 항목인 수액주사에 대한 보건당국의 관리 미흡에 있었다.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보건당국은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김윤희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국내 전체 의료기관의 90%를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어떤 주사제로 어떤 치료를 하는지 파악이 안 된다"며 "비급여 의약품의 오남용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플라시보 효과: 가짜 약이나 꾸며낸 치료법을 처방했는데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

joa@fnnews.com 조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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