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900만대의 저주' 피하려면..

[경향신문]
·현대차 진짜 위기는 ‘신뢰의 결함’

·차량 결함 논란에 국내외 차별 의혹까지… 누적된 불신 수입차에 시장 뺏겨

“이대로 가다가는 갤럭시 노트7 같은 사건이 이쪽(국산차)에서도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로 봅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태를 보면서 걱정하며 한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화재 원인을 아직 모르는 반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잇단 결함 논란의 원인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몰라서 못 고치는 쪽과 알면서도 못 고치는 쪽, 누가 더 위험할까.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산업계의 양대 기둥이라 할 현대·기아자동차가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단지 삼성이 그렇듯 매출·이익이 급감한 때문만이 아니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급감한 1조6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가장 낮다. 기아차 영업이익도 22.5% 급락한 5248억원에 그쳤다. 우선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탓이 컸다. 다만 근래 추세를 보면 근본원인은 따로 숨어 있다는 평가가 적잖다. 현대차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 2조5372억원이 최고점이었다. 기아차도 2013년 2분기 1조1264억원 이후 분기별 1조원은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성적표는 기술력의 한계이자, 더 큰 ‘신뢰의 위기’에서 근원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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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2 엔진, 미국에서만 리콜 진행 먼저 기술적인 문제를 짚어보자. 최근 논란이 뜨거운 세타2 엔진 결함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엔진의 구조를 간략히 알아야 이해가 쉽다. 내연기관 엔진의 핵심은 연소실에서 폭발한 힘을 받은 피스톤이 왕복운동을 하면 이를 크랭크축으로 전달해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구조에 있다. 이런 실린더가 4개면 4기통, 6개면 6기통 엔진이다.

세타2 엔진 문제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안전 리콜에 나서기 전부터 국내에서 종종 불거졌다. 소음과 진동이 심한 편이고 엔진룸이 깨지거나 화재가 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대체로 일부 차량의 문제일 뿐 구조적 결함은 아니라고 현대차는 대응해 왔다. 그러다 미국에서 차가 멈추거나 엔진 화재사건 등이 나면서 현대차는 2015년 9월 현지에서 47만대 리콜을 단행했다. 현대차는 미국 당국에 “앨라배마 공장의 청정도 문제로 너무 많은 금속파편이 생산공정에 들어가면서 커넥팅로드(피스톤과 크랭크축을 연결한 막대)나 커넥팅로드 베어링의 오일을 막거나 오염시켰고, 베어링 마모를 증대시켰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분당회전수(rpm)가 올라갈수록 두드리는 소음이 늘고, 계속 주행한다면 베어링이 망가져 차가 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는 생산공정에 금속파편이 들어가지 않아 문제 없다”며 리콜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현대차는 같은 세타2 엔진(2.4 GDI, 2.0 터보 GDI)을 적용한 국내 차량에 엔진 보증기간을 기존 ‘5년 또는 10만㎞’에서 미국과 같은 ‘10년 또는 19만㎞’로 늘려줬다. 가장 많이 팔린 세타2 2.0 MPi 엔진 차량은 제외됐다.

그동안 현대·기아차 품질 문제를 제기해온 ‘자동차 명장 1호’ 박병일 카123텍 대표를 10월 26일 만났다. 그는 논란이 돼온 GDI 엔진을 뜯어본 뒤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박 명장은 2009년 이후 출시된 아반떼, 쏘나타, K5 51대 엔진을 분해봤더니 모두 실린더 내벽이 긁힌 현상을 발견했다.

박 명장은 “연비를 위해 세계적 흐름에 따라 엔진 소재를 주철에서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바꿨으나 내구성에 한계가 있고, 베어링도 마찰에 견디는 기술에 약점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컨대 문제의 엔진을 뜯어봤을 때 4개 실린더 중에 맨 앞이나 뒤에는 공기에 의한 자연스런 냉각효과로 상대적으로 마찰열을 견디는 데 비해 가운데 2번·3번 실린더 벽면에 긁힌 자국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박 명장은 “피스톤이 지나다니는 실린더 벽이 열과 압력을 견디지 못해 뒤틀려 소음·진동이 나고, 틈새가 생겨 오일이 실린더로 들어가거나 샜다”며 “운전자는 처음엔 소음·진동에 불만을 품다가 오일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줄어들자 문제가 심각한 사실을 비로소 알아채게 된다”고 설명했다. 브레이크를 걸거나 해서 rpm이 떨어지면 시동이 꺼지기도 한다.

커넥팅로드와 크랭크축이 직접 닿는 베어링의 경우 계속된 회전운동으로 마찰이 많다. 박 명장은 “MPI 엔진에 비해 GDI 엔진의 베어링은 마찰을 줄이기 위해 좁게 만들었으나 오히려 충격에 약해 견디지 못한 것 같다”며 “엔진 폭발력을 크랭크축 회전운동으로 전달하는 커넥팅로드가 부러지거나 실린더 벽이 깨지는 사고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또는 “오일이 새나가 300~600도로 고온인 촉매에 닿아 중국, 미국 등지에서 화재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식 핸들의 아찔한 경험 호소 늘어 GDI 엔진은 휘발유도 마치 경유처럼 연소실에 직접 뿌려주며 폭발시켜서 힘을 키운 방식이다. 배기량은 줄이면서도 비슷한 힘을 내는 ‘엔진 다운사이징’의 하나로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 터보차저(과급기)까지 더해져 힘을 더 끌어올린다. 그만큼 충격도 커서 엔진룸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도 세타2 엔진 등에 GDI 기술을 적용했으나 전문가들은 준비나 경험 부족을 결함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미국, 중국처럼 하루에 1000㎞ 넘게 장거리를 달리기도 하는 지역에서 엔진에 무리가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도 단기간에 장거리를 달리거나, 사용기간이 길어져 엔진에 무리가 가면 문제가 잦아질 공산이 크다.

또한 조향장치 결함도 논란거리다. 현대·기아차 운전자 가운데 달리다가 핸들이 돌아가지 않고 잠겨서 사고를 당하는 등 아찔한 경험을 호소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MDPS라는 전동모터식 파워 스티어링 결함 문제다.

예전 자동차 핸들은 유압식으로, 압축된 오일의 힘으로 돌아갔다. 다만 엔진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비나 출력이 나빠진다. 2000년대 들어 현대·기아차는 조금만 돌려도 안에 모터가 도와줘서 쉽게 돌아가는 전동식 핸들로 바꿨다. 한편 고속주행 중에는 오히려 핸들이 쉽게 안 돌아가게 묵직해지는 기능도 들어가 안정적인 회전을 돕기도 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두 차례, 2015년 두 차례 등 4차례 리콜하고 한 차례 무상수리를 했으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 2월에는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플렉시블 커플링’을 교체했다. 올 4월에는 회로기판의 코팅 불량으로 전동식 스티어링 전자제어장치(ECU)를 교환했다.

그러나 또 다른 결함 의혹이 있었으니 토크센서였다. 내부고발자인 현대차 구매본부 협력업체품질강화1팀 김광호 부장(54)이 공개한 2014년 7월 문건을 보면 YFa(미국형 쏘나타)에서 경고등 점등 및 핸들 무거움 현상이 발생했다. 원인은 MDPS 내부 토크센서 캐패시터 크랙으로 인한 출력 불량이었다. 모비스 MDPS 적용 차종(현대차 13차종, 기아차 7차종)에서 동일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적시됐다.

핸들을 돌리면 센서가 감지해서 모터에 신호를 보내고 전류량을 조절해서 바퀴 방향을 틀도록 돕는다. 센서 불량으로 신호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으면 모터가 충분히 돌아가지 않게 돼 핸들이 잠기는 현상이 일어난다.

박병일 명장은 “플렉시블 커플링이 망가져 헐렁해지면 핸들이 정확히 제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토크센서가 휘어져서 발생했다고 내부 문건에 나온다”며 “미국에서는 27만대 리콜이 됐는데 국내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플링은 하나에 약 800원인 데 비해 토크센서는 7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이 폭로한 내부문건에는 토크센서 결함 가능성이 있는 대상이 45만대로 파악됐다.

국내 ‘자동차 명장 1호’인 박병일 대표가 10월 26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 카123텍 사무실에서 현대차의 세타2 엔진에 들어간 피스톤과 커넥팅로드, 베어링 등을 보여주며 결함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전병역 기자국내 ‘자동차 명장 1호’인 박병일 대표가 10월 26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 카123텍 사무실에서 현대차의 세타2 엔진에 들어간 피스톤과 커넥팅로드, 베어링 등을 보여주며 결함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전병역 기자

국내외 강판 차이, 차별화 아닌 현지화? 미국은 일반 품질문제도 리콜 대상이지만, 국내는 중대 안전문제만 리콜 명령이 내려지고 일반 품질은 ‘자발적 수리’만 하면 된다. 소비자나 전문가들은 MDPS 결함은 강제리콜 대상이라고 판단하는 데 비해 현대·기아차는 “조향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핸들이 다소 무거워지는 것은 리콜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리콜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조향이 무거워지는 현상은 리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쏘렌토나 i30의 에어백 불량 문제도 불거졌다. 김 부장은 에어백 제어 유닛(ACU) 센서나 클럭스프링 불량 문제도 지적했다. ACU 문제로 에어백이 갑자기 전개되거나 클럭스프링 불량으로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결함 논란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i30의 에어백 불량건수가 전 세계에서 19건에 불과하고, 동일조건 시험으로 재현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쏘렌토는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문제 없는 것으로 확인한 사안이다. 재현테스트에서 정상작동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자동차 강판 국내외 차별 의혹 등은 오래전부터 비판받아온 사안이다. 현대차 측은 “수출용 강판은 내수용보다 녹이 잘 슬지 않는다는 비판은 오해 때문”이라며 “미국 부식학회에서 연구한 ‘세계 부식지도’를 바탕으로 시장 특성에 맞게 만든 것으로, ‘차별화’가 아니라 ‘현지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2007년부터 내수용 차량 강판도 북미와 동일한 ‘부식가혹지역’으로 구분해 아연도금강판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불신의 아이콘’처럼 치부돼 왔다. 무너진 신뢰는 판매에 영향을 미쳐 왔다. 2009년 현대차 44.3%, 기아차 29.7%로 내수시장의 74%까지 차지했던 현대·기아차는 올해 8월 62.5%로 떨어졌다. 빈 자리는 수입차가 주로 메웠다. 2006년 4.2%의 점유율을 차지한 수입차는 2012년 10%로 올라선 뒤 지난해 15.5%로 상승했다.

특히 국내 소비자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구입 의향률 1순위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추이는 충격적이다. 현대차는 2006년 구매자의 약 절반(47.6%)이 제일 먼저 사겠다는 브랜드였다. 당시 수입차는 7.1%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현대차는 31.4%로 낮아졌고, 2위는 21.5%를 기록한 수입차였다. 기아차는 2014년 20.8%로 수입차(21.2%)에 처음 역전당한 뒤 올해 18.8%로 더 내려왔다. 쉐보레 말리부 같은 신차를 앞세운 GM코리아가 13.1%로 지난해 10.2%에서 대폭으로 올랐고, SM6·QM3를 앞세운 르노삼성도 10.7%로 3.4%포인트나 상승했다.

미국 등지에서 주목받듯 국산차도 초기품질에서는 개선된 것으로 소비자들은 인식했다. 1년 이내 새차 100대당 문제점(13개 부문 177개 항목 대상)을 겪은 평균 수를 물어보니 2006년 초기품질 문제점이 국산차는 234개였다가 올해 168개로 크게 줄었다. 수입차는 183개에서 149개로 감소했다. 그 중에서 일본차는 108개에서 136개로 상당수 늘긴 했으나 가장 문제점이 적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차의 내구품질도 개선 중이지만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신차 구입 후 3년 지난 뒤 100대당 문제점을 물었더니, 국산차는 2006년 507개에서 올해 359개로 급감해 내구성도 상당히 나아졌다. 다만 수입차, 특히 경쟁차종인 일본차와 간극이 상당하다. 수입차는 446개에서 246개로 급감했다. 일본차는 255개에서 2014년 198개까지 내려갔다가 올해 224개로 반등했다. 앞서 컨슈머인사이트는 올해 1월 왜 현대차를 떠나 수입차로 가는지 소비자 인식을 조사했다. 수출·내수 부품 차이에 대해 응답자의 78%는 ‘한국 소비자 차별’이라고 답해 현대차의 입장인 ‘각국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답보다 훨씬 많았다. 현대차의 상대적으로 폭넓은 해외보증 조건에도 80%는 ‘한국 소비자 차별’이라고 받아들였다. 윤태선 전무는 “현대차의 초기품질은 국내 최고로, 수입차를 상당히 따라붙었다”며 “현대차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노사 갈등도 줄이며, 국내 소비자도 외국과 똑같은 제품·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소비자 차별’ 이유로 수입차 선택 또한 현대차가 독자적 명품브랜드로 키우려는 제네시스 경쟁력을 신차 구입자를 대상으로 진단한 결과, 디자인은 메르세데스 벤츠·BMW·아우디보다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제네시스 판매서비스 만족도(800점)도 벤츠(812점)보다는 낮지만 BMW(779점)보다 높은 등 독일 고급차에 근접했다. 반면 제품 만족도에서는 제네시스(629점)가 벤츠(648점), BMW(646점)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제품 만족도 차이는 단지 성능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보다는 현대차가 가진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49년 역사를 가졌으나 자기 색깔이 없고 이것저것 다 갖추려는 ‘종합선물세트’ 같다”며 “해외 전문가들이 ‘기술은 좋아졌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하더라. 자기만의 특성을 갖고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10여년 전 도요타 임원이 한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 임원은 가장 두려운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 ‘2H’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나는 생산량은 세계 8~9위 수준이지만 오토바이크부터 로봇, 제트기까지 개발해내는 ‘기술의 혼다’이다. 다른 H는 현대차다. 그는 “저 멀리 있었는데 다시 눈 떠보면 이 앞에 와 있다. 무조건 돌진해오는 저력이 무섭다”고 했다고 전해졌다. 삼성의 숙제이기도 하듯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려면 현대차도 근본 기술력과 색깔을 키워야 할 때다.

사실은 추격도 여전히 간단찮다. 자동차 안전이나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부품수도 과거 1만개 수준에서 3만개 정도로 크게 늘었다. 부품 간 연관성도 높아졌다. 예전엔 안전이나 편의장치는 서로 구분된 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융합적 품질관리가 요구된다. 예컨대 핸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히팅장치는 자칫 갑자기 너무 뜨거워지거나 하면 안전문제로 직결될 수도 있다.

연비만 해도 싼타페 등의 이른바 ‘뻥연비’가 적발됐듯 미리 ‘길들이기’를 거친 뒤 검사해 인증단계에서는 높게 나오지만 실제 운행상황에서는 공인연비보다 너무 낮게 나온다고 호소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

현대차는 10월 29일 서울 도곡동 현대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 ‘H-옴브즈맨’ 최종 발표회를 열었다. 제품, 서비스, 마케팅 등에 대해 고객 의견을 듣고, 개선책을 만드는 고객 소통 자리다. 현대차는 지난해 대국민 소통 프로젝트 ‘2015 마음드림’ 행사를 갖는 등 고객과 대화를 부쩍 강화해 왔다.

현대차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소통이 아니다. 품질력을 끌어올리는 등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다.

내부고발을 한 김광호 부장은 10월 24일 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사측으로부터 손해배상액 1억원을 청구한 민사소송까지 당했다. 김 부장은 “문제를 제기한 건수는 30여건이 있다”며 “회사가 그런 사실을 은폐하는 게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부품사, 전속거래·기술력 제고 못하면 ‘도루묵’>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현대·기아차 리콜 논란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른바 ‘900만대의 저주’를 일컫기도 한다. 도요타가 2000년대 들어 4년 만에 300만대 생산설비를 증설하며 900만대로 올라선 뒤 급발진 리콜사태가 터졌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도 900만~1000만대 수준에서 나왔다. GM도 900만대 생산규모일 때 파산했다. 중국 창저우 공장 가동으로 올해 868만대로 늘린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중국 충징에 5공장을 완공하면 900만대 시대를 맞이할 예정이다. 정동수 창원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소차로 갈 수 있으나 한동안 기존 내연기관의 기술력을 제고하는 게 현대·기아차의 과제”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보복조치에도 대비해야 할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제조업이 강조되고 그 중심에는 자동차산업이 있다”며 “완성차 혼자서는 안 되고 부품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자율주행 같은 편의장치와 안전장치가 강조되면서 전자장비 부품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과거 전장부품 비중이 20% 선에서 최근 40%까지 늘었다. 전기차로 가면 이 비중이 7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리콜의 상당 부분도 소프트웨어나 센서 같은 전자부품이 많다. 현대차 혼자서 다 해내기는 어렵고 전문 부품사와의 합종연횡을 통한 보완이 중요해졌다.

해법은 부품사를 해외 자동차사에도 납품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며 동반성장하는 길이다. 그러나 주로 현대·기아차에만 얽매인 ‘전속거래’에 묶여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오늘날 독일차, 일본차가 고품질로 명성을 쌓은 데는 보쉬, 콘티넨털, 덴소, 아이신 같은 세계적 부품사가 함께 받쳐준 덕이 컸다. 게다가 자율주행차의 4대 핵심 부품인 초음파센서,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에 세계적 기술을 가진 부품사는 국내에 한 곳도 없는 형편이다.

박병일 명장은 “부품사들이 단가 절감에 맞추다 보니 연구개발(R&D)에 투자는 못하고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품질보증 기간까지만 버티도록 부품을 만들면 된다는 입장이 됐다”며 “이 상태로는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 터질 가능성이 있다. 명차는 명부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틈만 나면 ‘품질 향상’을 강조한다. 이런 구조적 한계를 몰라도, 알아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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