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후회

미국중앙일보 0 1,754 2017.12.30 17:25
선택이란,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용감해지는 일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거의 모든 순간 크고 작은 선택 앞에 놓이게 되고, 그 선택은 보람이나 후회의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지혜로워진다는 건 결국 더 많고 옳은 선택 쪽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말할 수 있을 터다.

삶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여행은 일상보다 더 많은 선택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 자체로 선택의 연속이다. 머뭇거리다 여행을 떠나지 못해도 후회. 떠났으되 다른 곳 아닌 그 곳으로 간 것도 후회. 그곳에 갔으되 어떤 걸 시도해보지 않은 것도 후회. 너무 오래 머물렀거나 너무 빨리 벗어난 것도 후회의 목록에 덧붙여진다. 어떤 장소에 오래 머물러 충분히 여행한다고 해서 후회가 남지 않을까? 완벽한 여행이 존재할 수 없기에 후회와 아쉬움은 여행의 필연적인 일부가 된다. 여행에서 무시로 만나는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면 나는 하지 않은 일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라는 화두를 곧잘 떠올린다. 저질러 버린 일에 대해서는 후회할 근거와 까닭이 명확해 반성과 교훈을 얻거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해보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후회의 근거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 후회는 모호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집 근처에 아주 큰 화원 2개가 마주보고 있다. 한곳은 사시사철 바쁘다. 크고 작은 회사 정원 관리와 주변 개인집 잔디 깎기며 꽃 주문 배달로 아주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다른 한 곳은 계절 따라 공동묘지 장식과 정원수와 가로수 심기 등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한집은 보라색과 하얀색 양배추를 화분에 키워 어느 정도 자라면 정원 장식용으로 팔려 나간다. 항상 그 넓은 화원 뒷마당에 빼꼭히 늘어놓은 화분이 거의 없어지는데 올해는 무슨 일인지 반절 정도 남아있다. 저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하다. 눈이 오거나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버릴 수도 없고 그대로 놓아둘 수도 없을 것 같다. 지나다니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른 쪽 화원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아주 큰 트레일러 트럭으로 가득 채워 내리는 것을 보았다. 엄청 많은 양을 주문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많이 갖다 놓은 적이 없다. 그때도 다 팔지 못하고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화원 뒷마당으로 옮겨 놓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2배, 3배 물량을 더 갖다 놓아 "이것이 다 팔릴까" 한 달 동안 지나다닐 때 마다 걱정을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이변일까. 100달러가 넘는 그 많은 트리가 다 팔려 나가고 딱 2개 남았다. 주인은 이번에 다른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구상한 것이다. 예전에 조금 주문해서 적게 파는 것보다 많이 주문해서 많이 팔 것을 계획한 것 같다. 해보지 않던 일을 해 보았으니 마음 편하고 또 거기에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지 않았을까.

우리는 무슨 일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을 흔히 한다. 가게를 인수하여 비즈니스를 해야 하나 아니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획해야 하나 참 어려운 결정이 필요할 때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정도면 너무 어마어마한 선택이라 감히 어떤 쪽을 권하진 못하겠다, 그렇더라도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풍문에만 기대어 소중한 삶의 경험들을 포기할 것인가. 후회가 되더라도 과감히 미지의 경험 안쪽으로 한발 내디딜 것인가?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 것이 아닌 모든 경험은 우릴 더 강하게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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